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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똥이 전하는 존재 가치 철학 그리고 동화속 상징

by eeventi 2025. 4. 22.

《강아지 똥》의 권정생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존재의 의미, 생명의 가치, 그리고 세상 속에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재조명을 담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은, 동화의 언어로 철학적 주제를 진지하게 탐구한다. 이 글에서는 ‘강아지 똥’이라는 존재를 통해 전달되는 철학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작품의 깊이를 함께 들여다본다.

화면 중앙에는 갈색의 강아지똥이 땅 위에 놓여 있고, 그 오른쪽에는 노란색 민들레 꽃이, 그 위에는 노랑 나비가 날고 있는 모습

강아지 똥은 작가의 존재 철학이 담긴 이야기

권정생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가난하고 병든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존재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그는 어린이문학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묻고, 존재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탐구했다. 《강아지 똥》은 그러한 작가의 시선과 철학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품 속 ‘강아지 똥’은 이름도, 쓸모도,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더럽고 피하고 싶은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권정생은 이 존재를 중심 인물로 세워, 독자에게 "쓸모없음"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인지 일깨운다. 작품은 강아지 똥의 시선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자각하고 혼란을 느끼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은 단지 강아지 똥의 고민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약자, 소외된 계층,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 이들에게 강아지 똥은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다. 작가는 이 동화를 통해 우리 모두가 어느 순간엔 강아지 똥처럼 느껴질 수 있으며, 그럼에도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권정생의 삶 그 자체와도 맞닿아 있다. 작가는 병약한 몸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며 교회에서 기거했고,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무능력한’ 존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준 작가로 기억된다. 《강아지 똥》 속 존재는 바로 그의 자화상이며, 동시에 세상 모든 이의 자화상일 수 있다. 존재의 의미를 묻는 이 작품은, 단순한 동화를 넘어 인생 철학을 담은 한 편의 문학 작품으로 읽힌다.

'하찮음' 속에서 발견되는 생명의 가치

《강아지 똥》은 외형적으로는 작고 평범한 그림책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생명의 가치’라는 묵직한 주제가 응축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하찮다’고 여기는 것들—똥, 쓰레기, 잡초 같은 존재—는 자연의 생태계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이다. 권정생 작가는 바로 이 점을 작품 전반에 걸쳐 세심하게 녹여냈다. 강아지 똥은 민들레의 양분이 되어 꽃을 피우는 데 기여한다. 이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연결성, 그리고 각자의 역할이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한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민들레는 말한다. "너 없이는 내가 자랄 수 없어." 이 짧은 문장은 강아지 똥뿐만 아니라 독자 모두에게 위로가 된다. 우리는 종종 쓸모없다고 느끼거나,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장은 ‘너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을 준다.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자의 자리가 있다. 누군가는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고, 누군가는 그 조명을 비추는 전등 뒤에 있지만, 모두가 있어야 공연이 완성된다. 또한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존중과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데 성공한다. 똥이라는 비위생적이고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에게 편견 없이 사물을 바라보게 하고, 그 이면의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환경 교육을 넘어서, 인간 존재에 대한 교육으로 확장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 속에도 이야기가 있고, 의미가 있으며,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강아지 똥은 단지 쓰레기가 아닌, 또 하나의 생명의 밑거름이자 존재의 본질을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작고 하찮은 것’ 속에서 위대함을 발견하게 하며,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바로 이 점이 《강아지 똥》이 수십 년간 사랑받아온 이유이자,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핵심이다.

동화 속 상징과 감정의 깊이

《강아지 똥》은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상징과 감정의 깊이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우선 강아지 똥이라는 존재 자체가 일종의 사회적 은유다. 사회에서 버려진 존재, 차별받는 사람들, 존재 가치를 부정당한 이들을 상징한다. 그는 스스로 아무 쓸모가 없다고 느끼고,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외로움에 빠져 있다. 그러나 민들레와의 만남을 통해 그는 비로소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단순한 구원의 이야기를 넘어, 관계를 통한 자아 정립과 존재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정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살았던 삶의 본질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작가가 어린이 독자들을 상대로 이처럼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민들레는 책 속에서 희망과 생명, 순환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민들레의 등장은 단순한 장면 전환이 아니라, 이야기에 새로운 방향성을 부여한다. 똥은 땅속으로 흡수되고, 민들레는 그 자리에 꽃을 피운다. 이는 희생을 통한 탄생, 연결된 생명의 사슬, 그리고 무상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즉, 똥은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다해 누군가를 살리고, 그렇게 자신도 완성된다. 정승각 화가의 일러스트 또한 이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강아지 똥의 표정, 배경의 계절감, 감정을 나타내는 색채의 변화는 그림만 보아도 이야기의 감정을 이해하게 만든다. 특히 아이들은 글보다 그림에서 먼저 감정을 받아들이기에, 이 책은 ‘보는 동화’, ‘느끼는 동화’로 기능한다. 이처럼 글과 그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이 책은 존재의 소중함, 생명의 가치, 연결의 철학을 하나의 짧은 동화로 완성해낸 수작이다. 어린이들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다시 삶을 돌아보는 기회로 기능한다. 강아지 똥은 우리가 외면했던 존재이지만, 그 속에는 우주만큼 넓은 철학이 담겨 있다.

 

《강아지 똥》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넘어, 모든 세대에게 전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하찮아 보이는 존재가 얼마나 귀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준다. 이 책은 아이에게는 생명 교육의 출발점이 되고, 어른에게는 존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거울과 같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의 '강아지 똥' 같은 존재에게 더 따뜻한 눈길을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