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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로 배우는 성장과 공감 그리고 공동체

by eeventi 2025. 4. 16.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이금이 작가의 청소년 소설로, 장애를 지닌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겉모습이나 환경이 아닌 마음으로 바라보는 ‘진짜 우정’의 의미를 전하며, 편견과 오해를 넘어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작품을 통해 청소년 성장, 장애 공감, 학교 공동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소녀가 들판에 앉아 하늘말나리꽃을 손에 들고 보고 있는 장면

청소년 성장: 혼란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감정

인생에서 청소년기는 누구에게나 혼란스럽고 복잡한 시기입니다. 감정이 자주 흔들리고, 내면의 정체성과 바깥 세계의 기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죠.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이 시기의 섬세한 감정선을 아주 정교하게 포착해낸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나’는 평범한 중학생이지만, 장애가 있는 전학생 ‘영지’를 만나며 마음속 깊은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처음에는 거부감과 두려움으로 다가가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감정은 호기심으로 바뀌고, 점차 공감과 이해로 발전합니다.

이 책이 뛰어난 이유는 청소년의 내면을 과장 없이, 솔직하고 꾸밈없이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영지를 처음 본 순간 주인공이 느낀 불편함, 친구들의 반응을 의식하는 불안함, 그리고 영지를 이해하게 된 이후 찾아오는 죄책감과 책임감까지… 각각의 감정은 모두 현실적이고, 많은 청소년이 쉽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감정들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이 단순히 ‘좋은 사람’이 되어서 영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작가는 주인공의 변화 과정을 통해 '진짜 성장'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이상화된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시행착오와 실수, 반성과 사과, 다시 다가감의 반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성장 과정은 오늘날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인간관계 갈등, 자존감 문제, 또래 집단의 압력 속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해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나’는 끝내 영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이 전하는 청소년기의 ‘진짜 성장’입니다.

장애 공감: 다름을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

이 책은 청소년 독자에게 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심어주는 탁월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나’와 ‘영지’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다름’이란 것이 단지 눈에 보이는 외형이나 기능의 차이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장애가 있는 친구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단순히 도와주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감정과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처음 주인공은 영지를 마주할 때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것은 실제로는 영지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주인공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작가는 이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이야기 속에 녹여냅니다. 영지를 향한 친구들의 시선, 수근거림, 선생님의 태도 등도 우리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장애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죠.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문제를 비판하거나 감정적으로 몰아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지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어, 독자 스스로가 그녀에게 공감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영지는 말수가 적고 표현이 서툴지만, 내면에는 누구보다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주인공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기까지의 여정은 매우 인상 깊고,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영지가 자신도 하늘말나리처럼 ‘한 번만 피는 꽃’이지만,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이 짧은 대사에는 그녀가 느끼는 자기 존재의 의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절절한 바람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장애를 가진 이들이 느끼는 정체성과 외로움, 그리고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만듭니다.

이처럼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분리하지 않고, 우리와 다르지 않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려냅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공감이며, 오늘날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학교 공동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다

학교라는 공동체는 작은 사회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생활하며, 그 안에서 충돌과 화해, 이해와 갈등을 반복합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이 작은 사회 안에서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방식으로 회복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지가 전학을 오면서 교실의 공기는 달라집니다. 누구도 대놓고 배척하지는 않지만, 아무도 먼저 다가가지 않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주인공 역시 머뭇거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작은 계기를 통해 조금씩 문이 열립니다. 주인공과 영지의 우정이 싹트면서 다른 친구들도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한 명의 진심 어린 행동이 공동체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학교 공동체 안에서는 때로는 선생님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 작품 속 담임선생님은 일방적으로 장애인을 보호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조용히 돕는 조력자로 등장합니다. 이 점은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학생 중심의 교육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공동체는 강요나 훈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실천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죠.

또한 이 작품은 공동체를 ‘이상적인 공간’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배타적이고, 때론 냉소적인 친구들이 영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민낯도 드러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분위기가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결국에는 ‘우리’라는 감각이 자리 잡는 과정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큰 감동과 영감을 줍니다.

공동체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다름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입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이러한 공동체 정신을 가장 따뜻하고 실감나게 전하는 작품이며, 단지 우정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속한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공동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말없이 보여줍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청소년기의 복잡한 감정, 장애에 대한 이해, 공동체 안에서의 역할 등을 자연스럽게 엮어낸 작품입니다. 그 속에는 사춘기의 불안함, 다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성장에 대한 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의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꼭 필요한 한 권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함’을 실천하는 그 마음이, 바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