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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 줄거리, 인물 분석, 감상, 철학

by eeventi 2025. 2. 27.

등장인물 의사 아내의 이미지

1. 줄거리 -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원인 불명의 전염성 실명 현상이 퍼지면서 혼돈에 빠진 사회를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한 남성이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으며 시작된다. 그는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 안에서 시야가 새하얗게 변하는 경험을 하고, 도움을 주려던 사람들도 점차 같은 증상을 보이며 ‘눈먼 병’이 급속도로 확산된다. 정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처음 감염된 사람들을 격리시키지만, 이는 오히려 인간성을 시험하는 지옥과도 같은 환경을 만든다.

초기 감염자들은 버려진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그들은 음식과 공간을 두고 끊임없는 갈등을 벌인다. 정부의 지원은 점점 줄어들고, 내부의 혼란은 점점 커져만 간다. 무법천지가 된 격리소에서는 일부 폭력적인 집단이 권력을 장악하고, 약탈과 강간이 일어나며 인간성이 바닥까지 추락한다. 이 극한의 상황에서 유일하게 실명을 겪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모든 것을 목격하며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격리소의 체제가 붕괴되고, 감염자들은 도시로 탈출한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눈먼 자들로 가득 찼고,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어 있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무리 지어 다니며 남은 음식과 자원을 찾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적처럼 일부 사람들의 시력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소설은 다시 희망을 품게 되는 순간으로 마무리된다.

2. 등장인물 분석

  • 의사의 아내 –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실명을 겪지 않은 인물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하며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 그녀는 타인의 고통을 직접 목격하며 죄책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소설에서 가장 강한 캐릭터로, 마지막까지 인간성의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다.
  • 의사 – 처음으로 감염된 환자를 진료한 안과 의사로, 이후 격리소에서 다른 감염자들과 함께 생존하려 애쓴다. 그는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점점 현실에 적응해 가지만, 본질적으로 선한 인물이다.
  • 첫 번째 눈먼 남자 – 가장 처음으로 실명한 인물로, 그의 실명이 모든 혼란의 시발점이 된다. 그는 아내와 함께 격리소에 수용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 악당 그룹의 리더 – 격리소에서 무력을 이용해 권력을 장악한 인물이다. 그는 식량을 독점하고 다른 감염자들에게 잔혹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며,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상징한다.

3. 감상

《눈먼 자들의 도시》는 단순한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니다. 사라마구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사회의 취약성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예를 들면 질서, 윤리, 인간성 같이 기본적인 것들이 위기 상황에서는 얼마나 쉽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눈이 멀어버린다는 설정은 단순한 신체적 장애를 넘어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의사의 아내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는 단순히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타락해가는 인간 사회를 목격하고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인물이다. 그녀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눈이 보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정말로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보지 못하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가?

또한, 작품 속 격리소는 마치 작은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질서가 유지되지만, 식량이 부족해지고 희망이 사라지면서 폭력과 혼란이 지배하게 된다. 이는 인간 사회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치다. 특히, 권력을 독점하는 악당 그룹의 모습은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사회적 불평등과도 닮아 있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지킬 수 있는가?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는가? 작품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끝나지만, 그 답은 독자들에게 남겨진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단순한 재난 소설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한 번 읽고 끝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시간이 지나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소설이다.

4. 소설의 철학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회 구조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담고 있다. 작가는 ‘눈먼 병’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혼돈과 폭력 속으로 빠져드는지를 보여주며, 이는 사회적 계약과 도덕적 규범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

작품에서 시력을 잃는 것은 단순한 신체적 상실이 아니라, 인간이 사회적 맥락에서 시각적 정보에 의존해 왔음을 의미한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순간, 기존의 법과 윤리는 무너지고, 인간은 가장 원초적인 생존 본능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사라마구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인간 본성이 선한 것인지, 아니면 극한의 상황에서 쉽게 악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또한, 의사의 아내라는 유일한 시력을 가진 존재를 통해 ‘책임’과 ‘도덕적 우월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녀는 눈이 보인다는 이유로 타인을 돕지만, 이는 동시에 그녀가 세상의 끔찍한 현실을 온전히 목격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니체의 ‘초인 사상’과도 연결되며,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이끄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소설은 또한 실존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띤다. 인간은 무질서한 세상에서 의미를 창조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도덕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과 연결되며,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형성해야 한다는 관점을 보여준다.

결국, 사라마구는 독자들에게 ‘우리는 정말로 세상을 올바르게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성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