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짱이 간다'는 일본 작가 오카다 준이 쓴 아동소설로, 현실 속 어린이들이 겪는 가난, 가족 해체, 형제 간의 돌봄 관계를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닛짱이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이 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는 웃음보다 씁쓸한 현실이 더 많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의 감정은 무겁지 않고, 때로는 유쾌하며 때로는 단단하다. 이 글에서는 작품이 그려내는 '빈곤의 실감',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돌봄의 책임을 떠안은 아이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닛짱이 간다'가 아동문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가난이라는 현실이 아이의 일상이 될 때
빈곤은 문학에서 자주 다뤄지는 주제이지만, 아동문학에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닛짱이 간다’는 이 지점을 과감히 파고든다. 닛짱의 가족은 어머니가 병으로 요양원에 있고, 아버지는 실종된 상태다. 어린 닛짱과 그의 여동생은 고모 집에서 지내지만, 생활은 빠듯하고 마음은 늘 긴장 속에 있다. 이런 설정은 단순히 배경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이야기의 모든 장면에 깊게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작품에서 닛짱은 매일을 생존처럼 살아간다. 등교 전 동생의 머리를 감기고,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고, 고모가 없는 틈에 집안일을 도맡는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들이 고스란히 아이의 몫으로 전가된다. 이런 묘사는 독자에게 감정적인 동정을 유도하기보다는, 아이가 감당하고 있는 ‘현실’을 담담하게 바라보게 한다. 닛짱은 불평하지 않지만, 그의 몸짓과 선택은 언제나 한계에 닿아 있다. 일본 사회에서 1980~90년대는 급격한 고도성장 후의 불균형과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던 시기다. ‘닛짱이 간다’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빈곤의 얼굴을 재현한다. 특히,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일상은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도 계속해서 제약받고, 꿈보다는 생존이 우선되는 삶을 보여준다. 이러한 내용은 교실 수업에서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빈곤’이라는 주제로 확장 가능하다. 학생들이 자주 다루지 않는 현실의 이면을 문학이라는 안전한 창을 통해 들여다보게 할 수 있으며, 단지 가난을 ‘불쌍함’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조건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좋은 교육 자료가 된다. 닛짱의 삶은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강하게 다가온다.
무너진 가족의 자리에서 다시 만드는 관계
작품 속 가족은 전형적인 형태를 벗어나 있다. 부모가 모두 부재 중이며, 아이들은 고모의 손에 맡겨진다. 하지만 고모 역시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감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이들에게 충분히 다가갈 여유가 없다. 이런 배경은 ‘가족’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이란 단순히 혈연으로 묶인 공동체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함께 살아가며 책임을 나누는 이들을 말하는 것인지 말이다. 닛짱은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며 여동생을 돌본다. 동생의 식사, 등하교, 정서적 안정까지 책임지는 그는 이미 아이가 아닌 어른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닛짱 자신은 아직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다. 이 아이러니는 작품의 서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닛짱은 어른 흉내를 내지만, 여전히 책 속에서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기도 하다. 현실이 그를 성장하게 만들지만, 그 내면의 결핍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불안으로 남는다. 고모와의 관계도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무관심하게, 때로는 거칠게 아이들을 대하는 고모는 처음에는 냉정한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품이 진행되며, 고모 또한 상황에 갇힌 한 사람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그녀의 고단함, 억눌린 감정,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서서히 독자에게 전해진다. 결국 ‘닛짱이 간다’는 무너진 가족이 새로운 형태로 관계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러한 내용을 수업에서 다룰 경우, 학생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가족의 의미를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보고, 닛짱이 겪는 복잡한 관계를 통해 감정이입과 분석을 유도하는 것이다. 가정환경이 각기 다른 학생들에게 이 수업은 자기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도 효과적이다.
아이의 어깨 위에 놓인 돌봄의 무게
‘닛짱이 간다’에서 가장 큰 감정의 축은 돌봄이다. 어린 소년 닛짱은 여동생을 돌보는 책임을 전적으로 맡고 있다. 아침마다 머리를 감기고, 방과 후에는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때로는 엄마가 되어 동생을 달래야 한다. 이런 돌봄은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닛짱의 삶 그 자체로 자리 잡고 있다. 돌봄은 닛짱이 어른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를 더 외롭게 만든다. 현실에서는 종종 어린아이들이 부모를 대신해 가족을 돌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경제적 이유, 질병, 부재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에게 너무 일찍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그 속에서 아이가 어떻게 감정적으로 성장하거나 소진되는지를 보여준다. 닛짱은 울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무표정 뒤에는 수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숨어 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닛짱이 동생의 손을 꼭 붙잡고 걷는 순간들이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아도 그는 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책임을 놓지 않는 모습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생각해보게 된다. 이 아이에게는 누가 손을 잡아주는가? 닛짱이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안심할 수 있는 순간은 얼마나 되었을까? 이러한 돌봄의 무게를 교실에서 다룰 경우, 학생들에게 ‘돌봄은 누구의 몫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가정, 사회, 학교에서 돌봄은 어떤 구조로 작동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어린이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수업은 매우 의미 있다. 닛짱의 행동은 대견하지만, 그 안에는 구조적 불평등이 숨어 있다. 문학을 통해 이처럼 감정과 구조를 함께 읽어내는 경험은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고 깊게 만든다. 닛짱은 영웅이 아니다. 그저 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는 한 아이일 뿐이다. 그러나 그 일상이 말해주는 진실은 너무도 크고 묵직하다. '닛짱이 간다'는 돌봄의 책임이 어떻게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또 우리 사회가 그 무게를 어떻게 함께 짊어져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만드는 귀중한 문학이다.
'닛짱이 간다'는 빈곤, 가족, 돌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일본 사회의 그림자와 어린이의 감정을 동시에 비추는 작품이다. 현실을 꾸며내지 않고,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며,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아동문학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고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실에서 이 작품을 함께 읽는다면, 학생들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