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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주문했다, 단절을 깨는 아이의 시선과 소통 이야기

by eeventi 2025. 4. 15.

『아빠를 주문했다』는 가족, 특히 ‘아버지’라는 존재를 새롭게 조명한 성장소설입니다. 단순히 어린이용 도서로만 분류하기에는 아쉬울 만큼 깊이 있고, 아이와 부모 세대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일어나는 단절과 회복, 그리고 소통의 가능성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우리에게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합니다.

어린 소녀가 박스에서 주문한 아빠를 꺼내는 장면

아빠를 주문했다 - 단절된 가족, 익숙한 거리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 대신 ‘아빠 대행’을 주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설정은 다소 유쾌하지만, 그 이면에 담긴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와 가족 구성원 간의 거리감, 그리고 그로 인한 정서적 단절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주인공인 아이는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불편해하면서도, 동시에 그 공백이 왜 생겼는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는 단순히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익숙한 거리감입니다. 말이 없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며, 책임만을 떠안고 있는 아버지의 이미지가 과연 가족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 대목입니다.

서진 작가는 이 과정을 매우 현실감 있게 다룹니다. 대화하지 않던 가족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느리고 때로는 어색합니다. 하지만 그 진심이 쌓이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다시 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전개는 단절된 가족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특히 부모와 자녀 사이의 정서적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작품이 말하는 ‘부재’는 단순히 물리적인 부재가 아닙니다. 몸은 있지만 마음은 없는, 소통하지 않는 관계의 공허함을 지적하며,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감정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아이의 시선, 어른이 반성하는 이야기

『아빠를 주문했다』는 아이의 시선을 빌려 어른들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고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어른들입니다. 주인공은 때때로 어른보다 더 명료하게 상황을 바라보며, 편견 없이 관계를 풀어나가려 합니다.

이러한 시선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특히 부모 세대에게는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존재였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합니다. 아이는 아빠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어떤 아빠를 원한다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의 침묵을 알아채지 못한 채, 일상에 묻혀 살아갑니다.

서진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이야기 전반에 유머와 상상력을 적절히 배치하여 독서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결국 아이의 시선은 세상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소통을 원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어른들이 잊고 살았던 ‘들어주기’와 ‘기다림’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한 어린이 소설을 넘어, 세대 간 이해를 돕는 교육적 도구이자 감정적 다리를 놓아주는 문학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소통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

이 책은 결국 ‘소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소통은 단지 말을 주고받는 차원을 넘어서, 마음을 읽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아이와 부모, 특히 아버지라는 존재 사이에서 발생하는 침묵과 오해는,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접근법을 찾게 만듭니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아빠 대행’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존재를 통해 진짜 아빠, 진짜 가족, 진짜 마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이 인물의 등장은 인물 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각자가 마음속에 감추고 있던 진심을 끌어내는 계기가 됩니다.

현실 속에서 우리는 소통을 자주 이야기하지만, 정작 말보다 침묵을 선택하거나, 대화보다 스마트폰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지적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그리고 따뜻하게 해법을 제시합니다.

소통이 어렵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아빠를 주문했다』는 한 걸음 물러나 다시 바라보는 기회를 줍니다. 특히 가족이라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어려운 ‘말 걸기’의 순간들을 이 책은 깊이 공감하며 그려냅니다.

이 작품은 결국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진짜로 마음을 나누고 있는가?” 그 물음은 곧 삶의 중요한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빠를 주문했다』는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단절, 그리고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단순한 어린이 소설이 아닌,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당신의 가족과의 대화는 어떠신가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