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려나 서점』은 일본의 인기 그림책 작가 요신타케 신스케가 선보인 기발한 그림책이다. 이 책은 ‘그런 책, 있으려나?’라고 묻는 손님들에게 엉뚱하고 상상력 넘치는 책을 소개하는 ‘있으려나 서점’을 배경으로 한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철학은 어른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 글에서는 『있으려나 서점』이 왜 지금 시대의 모든 이에게 필요한지, 상상력, 책에 대한 사랑, 그리고 다정한 위로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들여다본다.
있으려나 서점,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책의 세계
『있으려나 서점』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있으려나?"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상상력의 폭발이다.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고의 자유,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 생각의 틀을 뒤흔드는 유쾌한 반란이다. 요신타케 신스케는 이 질문 하나로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열어젖힌다. 책 속의 서점 주인은 손님이 던지는 기상천외한 질문에, 정말 있을 법한 ‘가짜 책’을 하나하나 소개해준다. "가방 안에 들어갈 만한 책은 있어요?" "먹으면서 읽는 책도 있나요?" "속마음을 알아채는 책도?" 이런 질문들은 어른에게는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작가는 진심으로 그 상상에 응답한다.
이러한 구성은 어린이 독자에게는 상상력의 자극제가 되며,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질문의 힘을 되살린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그건 안 되지", "그럴 리 없어"라는 제한된 사고에 길들여진다. 『있으려나 서점』은 그런 한계를 과감히 무시한다. 그리고 말한다.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 한 문장은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연다. 어릴 때는 누구나 세상에 없는 걸 상상하고, 그 상상이 정말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자라면서 우리는 점점 실용과 현실에 갇힌다. 이 책은 그 닫힌 문을 다시 열어젖히는 열쇠 같은 존재다.
그림 역시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 페이지마다 빼곡히 그려진 책들, 유쾌한 등장인물들의 표정, 책장 너머로 펼쳐지는 환상의 공간은 한 폭의 이야기 지도와 같다. 특히 손님과 주인의 대화는 짧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서로를 향한 이해와 공감이 녹아 있어 읽을수록 따뜻하다. 이런 상호작용은 상상을 단순한 유희가 아닌, 공유 가능한 감정의 매개체로 확장시킨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있을 수 없는 책’이 아니라 ‘있었으면 하는 책’을 계속해서 묻는다. 그 과정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세상에 대한 바람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다. ‘진짜 내 마음을 알아봐주는 책’, ‘잊은 꿈을 찾아주는 책’이 있었으면. 우리는 모두 그런 책을 원한다. 그리고 그 바람이 모여, ‘있으려나 서점’이라는 상상의 장소가 만들어진다. 요신타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상상력을 ‘현실로 바꾸는 감정’이라고 정의하는 듯하다.
책을 매개로 피어나는 공감과 대화
『있으려나 서점』은 단순히 엉뚱한 책 아이디어의 나열이 아니다. 이 책이 가진 진짜 힘은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연결되는 방식에 있다. 등장인물은 짧은 한마디를 건네지만, 그 안에는 삶의 고단함, 외로움, 궁금함이 녹아 있다. 책방 주인은 그 말에 정색하지 않고, 절대 "그런 책은 없어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웃으며 대답한다. “있을지도 모르죠. 이런 책은 어때요?”
이 짧은 상호작용은 책을 매개로 한 이해와 공감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책을 찾는 손님들은 단지 정보가 아닌, 감정을 찾고 있다. “우리 아이가 자꾸 질문해요. 그럴 때 읽힐 책은 없을까요?” “혼자 있을 때 덜 외로워지는 책은요?” 이 말들은 현실에서 우리가 자주 듣거나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서점이라는 공간, 책이라는 매개는 그 말들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말한다. 책은 지식이 아니라 대화다.
또한 책방 주인의 태도는 무심한 듯 따뜻하다. 그 어떤 엉뚱한 요구에도 “그건 이상해요”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요구의 본질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응답하려 한다. 이는 책이 단순한 물건이 아닌 관계의 연결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책 한 권은 때로는 대화보다 더 큰 위로를 줄 수 있다. 『있으려나 서점』은 이 가능성을 아주 자연스럽게, 유쾌하게 드러낸다.
특히 이 책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기에 이상적이다.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 상상의 즐거움을 누리고, 어른은 책방을 매개로 한 사람 사이의 온기에 위로받는다. 서로 다르게 읽히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책. 『있으려나 서점』은 세대 간 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체로도 완벽하다. 현실의 서점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이 책은 다시 묻는다. 책은 우리에게 무엇이 되어줄 수 있는가?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상상의 쉼터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아이들만의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있으려나 서점』은 그 생각을 단박에 뒤엎는다. 이 책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동시에 어른들의 굳어진 사고를 부드럽게 풀어준다. 아이는 환상 속 서점에서 웃음을 찾고, 어른은 그 웃음 뒤에 숨은 ‘말하고 싶지만 말 못했던 감정들’을 발견하게 된다.
요신타케 신스케는 그림책을 통해 ‘어른도 위로받을 수 있다’는 걸 거듭 증명해온 작가다. 『있으려나 서점』에서도 그는 상상력이라는 가장 유치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성숙한 방식으로,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책 속의 등장인물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이도 있고, 어른도 있다. 무언가를 잃어버렸거나, 찾고 싶거나, 위로받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있으려나 서점’이다.
이 서점은 단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욕망을 꺼내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그런 건 있을 리 없어”라고 말하고 생각하며 살지만, 이 서점은 “있을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한다. 그런 말 한마디가 삶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를 작가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서점은 판타지이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장소로 다가온다.
요신타케는 상상력이란 단순한 창의성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품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그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이 아니라, 눈앞의 세계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감정의 기술이다. 『있으려나 서점』은 그 감정의 기술을 통해 독자의 내면에 말을 건다. "당신이 잃어버린 감정, 잊고 지낸 꿈, 어쩌면 책 속에 있을지도 몰라요."
책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상상, 다시 열리는 마음. 『있으려나 서점』은 아이와 어른, 독서가와 비독서가, 외로운 이와 따뜻한 이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당신의 상상은 아직 살아 있어요.” 그리고 그 상상은, 바로 지금, 다시 피어날 수 있다.
『있으려나 서점』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 상상력의 소중함과 말하지 못한 감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아이에게는 꿈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마음의 언어를 다시 찾아주는 이 책은 지금 이 시대, 모두에게 필요한 상상의 쉼터다. 한 번쯤 “그런 책, 있을까?”라고 묻고 싶은 당신이라면, 『있으려나 서점』의 문을 조심스레 열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