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사라진 날, 감정도 사라지다
책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책이 사라진 날』에서는 바로 그런 세상이 펼쳐진다. 주인공 지훈이가 아침에 눈을 떠 학교에 가보니, 도서관이 사라졌고 국어 교과서도 없어졌다.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쓰는 말이 점점 단순해지고, '좋아', '별로', '굿' 같은 짧은 단어들만 사용하게 되면서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표현력이 떨어지자 친구들끼리 오해가 생기고, 웃을 일도 줄어든다. 감정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따뜻함을 잃는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지 정보를 얻는 것만이 아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생각을 따라가며 그들의 입장에서 느껴보고, 비슷한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 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곧 공감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그런데 책이 사라지면 이런 기회도 사라지고 만다. 지훈이의 친구들도 점점 무표정해지고, 대화는 무의미해지며, 마음을 나누는 법조차 잊어간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책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숙이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지훈이는 이런 변화를 직접 겪으며 책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삐걱거리고, 선생님과의 수업도 단조로워지자 책이 가져다주는 감정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는 점점 잊혀가는 단어들을 떠올리며 친구들과 다시 감정을 나누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표현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은 단어를 통해 생각을 전달하고, 문장을 통해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단어가 풍부해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단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오해를 풀어주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책은 우리에게 감정 소통의 언어를 제공한다. 『책이 사라진 날』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현실의 우리 사회에서도 표현력 저하와 감정 소통의 어려움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메시지 앱의 이모티콘과 짧은 단어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은 때때로 진심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작품은 그런 우리에게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책이 사라진 세상은 곧 감정이 메마른 세상이다. 사람들은 표현할 언어를 잃고, 소통을 멈춘다. 다시 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든 아이의 용기
지훈이는 처음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스마트폰에 더 익숙했고, 게임을 즐겨하며 시간을 보냈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이, 지훈이도 책 보다 화면을 택한 세대였다. 하지만 『책이 사라진 날』에서 그는 자신이 가진 선택의 무게를 알게 된다. 눈앞에 펼쳐진 변화 속에서 지훈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결정을 내린다. 책을 되찾고자 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다. 정보를 검색하고, 친구와 소통하며, 게임으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도와 자극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점점 긴 호흡의 독서를 힘들어한다. 지훈이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책이 사라진 걸 오히려 편하게 여겼다. 지루한 독서 시간이 사라졌고, 수업도 간단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스마트폰은 재밌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반면 책은 느리지만 마음속에 질문을 던져준다. 작가는 지훈이라는 인물을 통해 지금의 아이들에게 '선택'의 중요성을 묻는다. 책 대신 스마트폰을 택할 수도 있고, 반대로 책을 집어 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결과다. 지훈이는 책이 사라진 세상에서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과 외로움을 직시하고, 그것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책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지훈이의 선택은 단순히 책을 읽겠다는 의지가 아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책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사라진 책들을 복원하고자 노력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변화였다. 책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 장면을 통해 전해진다. 스마트폰과 책 사이의 선택은 결국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화면 속 빠른 즐거움을 택할 수도 있고, 글자 속 깊은 생각을 택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어떤 길이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지를 조용히 묻고 있다. 지훈이처럼 우리도 선택할 수 있다. 잠깐의 자극이 아닌 오래 남는 울림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지금 필요한 태도다.
사라진 단어를 찾아서
『책이 사라진 날』에서 가장 인상 깊은 변화 중 하나는 사람들의 언어가 급격히 단순해지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단지 말투가 짧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엔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다. 단어가 사라지면 생각이 사라지고,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사고할 능력을 잃어간다. 언어는 사고의 도구이며, 어휘력은 생각의 깊이를 결정짓는다. 지훈이는 이 변화를 처음엔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친구들이 점점 같은 말만 반복하고, 선생님의 설명도 짧고 단조로워지며, 수업의 재미가 줄어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행동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감정 표현이 서툴러지고, 생각이 단편적으로 끊기며,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늘어난다. 이는 책을 통해 익혔던 어휘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휘력이 줄어들면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의 범위도 줄어든다. 단어 하나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어떤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결정짓는 틀이다. 예를 들어 '두근두근'이라는 말과 '설렘'이라는 단어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단어들을 잃어버리면 인간의 감정과 사고의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 책은 다양한 문장과 단어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고정욱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언어의 힘을 강조한다. 단지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그 '어떻게'의 핵심이 바로 어휘력이다. 지훈이와 친구들은 사라진 단어들을 기억해 내기 위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책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이 장면은 단어를 되찾는 여정이자, 사고력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단어는 단순히 말이 아니라, 존재를 설명하는 도구이며,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하다. 학생들의 어휘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되었고, 이는 곧 사고력 저하로 이어진다. 『책이 사라진 날』은 이런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다시 책과 언어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희망을 전한다. 책 속 단어 하나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다. 단어를 잃으면 그 세계도 닫힌다. 다시 책을 펼치고, 단어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길 때, 우리는 사고의 깊이와 감정의 풍요로움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