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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잉크괴물 - 실수가 만든 상상력의 그림 이야기 실수에서 시작된 창조, 잉크괴물의 탄생 우리 아이들은 자주 실수를 한다. 때론 물건을 엎지르고, 때론 종이에 엉뚱한 낙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기엔 단지 어지럽히는 행동일 수 있는 그 순간들이, 아이에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르젤 쉐플러의 그림책 못말리는 잉크괴물은 바로 그런 순간에서 출발한다. 한 소년이 책상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온하게 흐르던 시간 속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작은 사건, 그것은 바로 잉크병이 쓰러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통이라면 당황하거나 혼이 날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 아이의 실수로 바닥에 떨어진 잉크가 갑자기 생명을 얻은 듯 꿈틀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냥 얼룩처럼 .. 2025. 3. 30.
만희네집 - 만희의 시선으로 본 한국 전통집 이야기 1. 골목에서 마당까지, 만희가 발견한 공간의 의미어린아이가 보는 눈에는 모든 것이 궁금하다. 집의 구석진 공간 하나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작은 틈에서도 상상은 자란다. 권윤덕의 그림책 『만희네 집』은 바로 그런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주인공 만희는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할머니 댁으로 이사 온다. 이 집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파트나 빌라와는 다르다. 골목이 있고, 대문이 있고, 마당이 있다. 아이에게 이 새로운 공간은 놀이터이자 미지의 세계이다. 만희는 그 안을 누비며 공간마다 의미를 부여해 나간다. 책은 마치 카메라 렌즈가 움직이듯, 집의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서서히 이동한다. 첫 장면은 대문 앞 골목이다. 만희는 집 안보다 바깥이 먼저 익숙해진다. 골목은 아이의 일상 속 모험.. 2025. 3. 30.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리뷰 - 생명, 자연 그리고 가족 이야기 1.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작지만 큰 깨달음을 주다오자와 아카미의 동화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는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다. 어린 소년 유우타와 한 마리의 반딧불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독자의 마음에 새겨진다. 이 책의 중심에는 한 가지 결함을 가진 생명체, 바로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가 있다. 이 작은 생명체는 날 수 없다는 이유로 다른 반딧불이들과는 다르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 삶은 결코 가치 없지 않다. 오히려 그 안에서 우리는 보통은 지나치기 쉬운 깊은 교훈을 얻게 된다. 이야기는 유우타가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머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자연이 가득한 그곳은 유우타에게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 2025. 3. 29.
나무나라 여행 - 나무나라에서 찾은 생명의 언어와 삶의 의미 나무나라 여행을 읽고 - 나무나라의 상상력, 자연과 인간을 잇다르 클레지오의 작품 '나무나라 여행'은 독자에게 단순한 동화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이야기다. 이 책의 중심에는 '나무나라'라는 환상적인 세계가 있다. 하지만 이 세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공간이자 우리가 언젠가 되찾아야 할 본래의 삶의 모습이다. 이 책은 자연을 환상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을 조용하게 던진다. 특히 환경 문제, 인간의 탐욕, 문명의 이기주의 등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어린 독자는 물론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무나라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이자 기억의 장소이며,.. 2025. 3. 28.
나무 의사와 큰손 할아버지 - 나무 의사와 아이들의 자연 치유 나무 의사와 큰손 할아버지를 읽고 - 나무 의사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될까?나무 의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대부분 의사라고 하면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사람 외에도 치료가 필요한 생명체가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무다.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에 등장하는 주인공, 큰손 할아버지는 수십 년 동안 나무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치료해 온 나무 의사다. 그의 하루는 남들과 다르게 시작된다. 도시의 분주한 소리보다 먼저, 자연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일어난다. 이른 아침 햇살이 마당 끝에 걸릴 즈음, 그는 묵직한 작업 가방을 챙긴다. 가방 안에는 낡았지만 정갈하게 손질된 톱과 드릴, 나무의 상처를 치료할 약제와 연장을 담은 주머니가 들어 .. 2025. 3. 28.
'리디아의 정원'을 읽고, 정원에서 피어난 편지와 희망 1. 도시의 콘크리트 사이에 피어난 작은 기적, 리디아의 정원이 소설의 주인공 리디아는 화려하지도, 특별한 마법을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을 담아 꽃을 가꾸고, 도시의 삭막한 공간 속에서 '작은 기적'을 피워낸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소녀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은 도시 속에서 희망을 심는 과정을 담은 매우 따뜻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리디아의 정원'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쉽게 희망을 잃는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한 아이의 꾸준한 노력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리디아는 가족이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자,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게 된다. 그녀는 도시의 빵집을 운영하는 무뚝뚝한 삼촌과 함께 지내게 되는데, 도시의 풍경은 그녀가 살던.. 2025. 3. 26.